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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함께한 책

2022년 여름에 읽은 소설

by 호기심대마왕 2022. 9. 9.

 

 

 

1. 모순 _ 양귀자 ⭐⭐⭐⭐⭐

 

 소설에 재미를 붙이게 해준 고맙고 귀한 책이다. 실용서나 인문학 책만 읽던 내가 언젠가 문학소녀를 만나 대뜸 물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소설은 대체 무슨 재미로 읽는거냐고.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는 당황스러울 법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이런저런 답을 해주었으나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딱 하나. 소설 속 인물과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겪은 적이 있을 때, 작가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기가 막혀서, 그 자체로 감탄하게 되고 더 나아가 그로부터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고.

  <모순>을 통해 나도 처음으로 그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언제 어디선가 느껴봤던 그 감정을 주인공도 비슷하게 나마 느끼고 있을 때면, 그녀를 끌어안고 함께 진한 포옹을 나누고 싶었다. '너도 그러냐,

나도 그랬다.' 하고. 하지만 그 경험이 같다고 하기도 참 민망한데, 작가의 생각과 손을 거치면 "아 개좋아" "극혐!" 따위의 저급한 언어를 쓰는 나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작가님 덕분에 얄팍하게만 보였던 내 삶에도 조금의 깊이가 생기는 기분이었달까. 이후로도 여러 소설을 읽어온 바, 소설은 확실히 삶에 깊이를 더해준다.  

 

 

 

아마도 제일 유명한 구절.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상처는 상처로 위로해야 가장 효험이 있는 법이었다.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픔은 그것인가, 자, 여기나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어쩌면 내 것이 당신 것보다 더 큰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내 불행에 비하면 당신은 그나마 천만다행이 아닌가...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p188)
 이럴 때는 내가 부자여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미안함을 덜어주기 위해서 나는 부자여야 옳았다. (p250)
진모의 행동을 꾸짖는 천사의 얼굴은 엄격했다. 그건 옳은 말이었다. 졸개들과 더불어 연적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갈겨대는 짓 따위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나라면 주리처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173)
그러나 나는 그런 김장우의 얼굴에서 문득 아버지의 얼굴을 읽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버린 내 아버지처럼. 김장우에게도 알지 못하는 생의 다른 길이 운명적으로 예비되어 있을지 몰랐다. (p277) 
 

 

2. 소년이 온다 _ 한강 ⭐⭐⭐⭐

(눈물 콧물 주의💦 집에서 혼자 읽을 것)

  나는 역사에 대해서는 정말 무관심하고 그래서 무지하다. 다만 시험 점수는 잘 받아야 하니, 교과서를 정리한 연표와 통치자별 업적 따위를 잠깐동안 머릿속에 위태롭게 쌓아두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버리기를 반복했을 뿐이다. 그리하여 나는 6.25가 몇년도에 있었냐는 질문에 아직도 답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국민이 되었다. 스스로가 보기에도 이런 내가 참 못나서 역사에 아예 관심을 끈 채로 살아왔다. "너 이것도 몰라?"하고 추궁하는 소리를 내 안팎으로 들을 일이 없었으니 속은 편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역사를 공부해야겠다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나도 배웠다. 노태우와 전두환의 군사독재정권에 반발하다가 수많은 국민이 죽어나갔다는 사실을 나도 분명히 배웠다. 하지만 교과서는 개개인의 삶을 조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 같은 학생은 그것이 얼마나 비극적인 사건인지 느껴볼 틈도 없이 이듬해에는 어떤 정부가 드러섰는지 따위를 외우기 위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바쁠 뿐이다. 한국사 교과서를 달달 외워 낭독하는 것이 장기라면 장기였던 나는 학창시절 내내 한국사 1등급을 받았지만 역사에 대해서 1도 관심 없었다. 

  스물 넷이 된 지금에서야 '역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교과서에서 봤던 '억압적인 독재정권'  이런 식의 표현이 이 모든 아픔을 담은 말이었다고, 왜 어떤 역사선생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나. 그것은 우리 국민이 겪은 처절한 고통의 100분의 1일도 담을 수 없지 않는가. 내 안에 그득그득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이 눈물로 차올라 두 뺨에 흘러내렸다. 

  요즈음 더욱 풍성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픔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참 필요하다고 느낀다. 장애인, 성소수자를 비롯하여 세상의 모든 차별받는 사회적 소수자, 학교폭력과 성폭력의 피해자, 갑에게 짓밟히는 노동자 등등...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사연을 이해할수록 이토록 복잡한 세상이 조금은 살아갈만 해지는 기분이 든다. 비슷한 맥락으로 과거의 아픔을 이해하면 펼쳐질, 전에 보지 못했을 삶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 땅에 사는 국민으로서 우리 엄마아빠를, 할머니 할아버지를, 당신들의 부모와 조부모를 ... 곧 나의 조상들을 아프게 한 일들에 대해 차차 공부해보고 싶다.

  

* 당부의 말 : 이 책은 최대한 짧은 기간 내에 읽기를 바란다. 챕터별로 화자가 계속 바뀌는데, 나는 등장인물 이름이나 사건을 잘 기억하는 편이 아니라서 시점이 바뀔 때 마다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결국 앞 장을 다시 디껴보느라 속도가 루즈해져서 이 소설을 충분히 못 즐긴 것 같아 아쉬웠다.  

 

<1장 : 어린 새>

세상에 시체가 저렇게 많은데 무섭지도 않냐. 겁도 많은 자석이.
반쯤 웃으며 너는 말했다.
군인들이 무섭지, 죽은 사람들이 뭐가 무섭다고요. (p.29)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적거리는 노인의 두 눈을 너는 마주본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p.45)

> 일손 부족하다고 도와달라는 말 한 마디에 지독한 시취들과 잔혹한 시체들 사이에서 꿋꿋이 궂은 일 다하는 착한 정대, 그러고 집가서 아빠가 부르시면 군말 없이 아빠 등도 꼭꼭 잘 밟아주는 착한 정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정의롭고 씩씩한 정대. 이 어린 중딩이 뭔 잘못이 있다고 죽는다 ㅠ 총맞아 죽는지 어떻게 죽는지 궁금한데 그 내용은 없는 듯. 내가 기억 못하는 걸 수도..

 

<6장 : 꽃 핀 쪽으로>

여기서는 죽은 정대 어머니가 화자가 되는데, 경고한다? 휴지 필수... 어린 자식 보낸 어미의 마음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이 챕터에서는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 가슴을 후벼파듯이 아프게 해서, 천장보고 코풀어 가면서 쉬엄쉬엄 읽었다...ㅠㅠ 늦둥이 막내가 죽었으니 가족 전체가 미쳐가고 무너진다. 

그 사람은 하던 일을 작파허고 문간채 방에서 일년을 지냄스로 미친 사람맨이로 관청을 드나들었다이.
암매장 장소가 발견됐다고만 하먼, 어디 저수지에서 시체가 떠올랐다고만 하먼 새벽이고 밤이고 달려갔다이.
어딘가 살아 있을 것이요, 분명히 살아서 둘이 같이 있을 것이요. (p.186)

> 세월이 지나도 한 톨의 희망 버리지 못하고 미친 듯이 자식을 찾아다니는 정대 아버지. 그 간절함이 참 처절하다.

아직도 denial 단계에 계심...ㅠ 

가끔은 말이다이, 내가 뭣한다고 문간채에다 사람을 들였을까 .... 생각한다이.
그까짓 사글세 몇푼 받겠다고... (p.187)

> 나라가 잘못했지, 정대 엄마는 잘못한 게 없는데도 자식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묻고 죄책감으로 괴로워 한다. 

무섭지 않았어야. 
죽어도 좋다는 마음인디, 무서울 것이 어디 있겄냐. (p.188)

> 결국 유족회에 소속되어 전두환 나오는 길에 피케들고 시위하러 나가는 정대 엄마. 전두환 액자 내리쳐서 깨부수고 진짜 미친듯이 난동을 부리시는데, 자식 잃은 어머니의 회한은 이승에서는 절대로 풀지 못하지 않을까. 저승에서 한 번이라도 껴안아 볼 수 있다면 모를까. 

 

<2장 : 검은 숨>

여기서는 죽은 정대의 육체에서 빠져나온 혼이 화자가 된다. 죽은 정대가 켜켜이 쌓여서 썩어가는 시체들을 덤덤히 묘사하는데 리얼 참혹하당ㅠ 이쯤되면 한강 작가님이 진짜 시체가 부패하는 과정을 직접 보신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체를 상상만으로 이렇게 현실감 있게 묘사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ㅠ 

똑같은 죽은 몸인데, 누군가의 손길이 남아 있는 그 몸이 한없이 고귀해 보여서 나는 이상한 슬픔과 질투를 느꼈어. 몸들의 높은 탑 아래 짐승처럼 끼여 있는 내 몸이 부끄럽고 증오스러웠어.
그래, 그 순간부터 던져지고 쌓아올려진 우리들의 몸을.
햇빛 속에서 악취를 뿜으며 썩어간 더러운 얼굴들을. (p.53)

> 죽고 난 후 썩어가는 자신의 몸뚱아리를 부끄러워하고 증오하는 정대. 

그러나 살아 남은 자들도 수치심과 증오에 시달리긴 마찬가지였다. 

죽어도 아프고 ㅠ 살아도 아프다 ㅠ 

 

<3장 : 일곱개의 뺨>

묵묵히 쌀알을 씹으며 생각했다. 치욕스러운 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삶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고 배가 고팠다. 지난 오년 동안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혀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것. 

<5장 : 밤의 눈동자>

삼십 센티 나무 자가 자궁 끝까지 수십번 후벼들어왔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소총 개머리판이 자궁 입구를 찢고 짓이겼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중략)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숴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p. 167)

> 으앙 너무 잔인 ㅠ 차라리 죽는게 나을지도 ㅠ 하 그럼 가족들에게 너무 몹쓸 짓이긴 해.ㅠ

 

 

+) 그냥 좋았던 말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p.114)
저는 그 폭력의 경험을, 열흘이라는 짧은 항쟁 기간으로 국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체르노빌의 피폭이 지나간 것이 아니라 몇십년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p.162)

 

3. 단순한 열정 _ 아니 에르노 ⭐⭐⭐⭐⭐

🔞경고 ❌어린이들은 보지마세요❌

 

  강동 외과 CR 돌때 교수님들께서 출장을 가신 덕에 달콤한 꿀을 빨고 있었다. '할 것 없으니 혼자 도서관에 쳐박혀 책이나 읽어야지.' 근데 이거이거 이렇게 야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날 쳐다보는 이 하나 없었지만, 혼자 괜히 창피해져서 몰래 숨어서 읽었다. 붉게 달아오른 두 뺨, 누가 보면 너무 민망하니까...

  사랑 - 이 소설에서는 주로 육체적 욕망 - 은 참 아름답다... ❤ 사랑에 빠지고 싶어라 ❤❤❤

 

내 의지와 욕망, 그리고 지적 능력이 개입되어 있는 행동(예측하고, 찬성하고 반대하고, 결과를 짐작하는)은 오로지 그 남자와 관련된 것뿐이었다. ... 그 밖의 다른 내용들은 그 사람과 다시 만날 때까지의 빈 시간을 메워주는 수단일 뿐이었다. (15%) 
우리가 함께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 아니면 모든 것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41%)
그 사람이 하지도 않은 말에 대답하고, 보내지 않을 편지에 답장을 하기도 했다. (48%)

>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서양이나 동양이나 똑같군요>,<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29%)
그 일이 일어난 날짜가 가진 현실의 기호로부터 단절된 영상이 나를 제지할 뿐,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A에 대한 열정을 정확히 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59%)

> 데이트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하다닝ㅋㅋㅋ 그의 존재와 부재만이 나의 삶을 구분짓는다. 

 

여러 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 (36%)

> 맞아ㅎ 쉽게 되면ㅎ 끓던 욕망도 수그러들지.

 

나는 가끔 나와 정사를 나누며 보낸 오후가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지 자문해보았다. 정사를 나눈다는 것, 그 자체일 뿐이겠지. 어쨌든 또다른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일 테니 말이다. 그 사람이 나를 욕망하느냐 욕망하지 않느냐 하는 것. 그것은 그 사람의 성기를 보면 당장에 알 수 있는, 유일하고도 명백한 진실이었다. (33%)

> "욕망", 일상의 구멍

 

A가 내 집에서 오후를 지내고 갔을 때 처럼 사지가 마비되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타인의 육체에 대한 기억이 없는,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공허한 피로감이었다. (51%)

> 이 언니는 진짜 섹스에 미친 듯 ㅋㅋㅋ 섹스 후에 널브러지면  '충만한 행복감', 열일하고 나서 누워 있으면 '혐오감'이라뇨ㅠㅠㅋㅋㅋㅋ 아 그래 알겠는데, 그 정도라고?ㅋㅋㅋ

 

 

그 사람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 나는 내 온몸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다. ...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 위엄 따위는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했을 신념과 행동,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스럼없이 행했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책도, 나에 대한 책도 쓰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내게로 온 단어들을 글로 표현했을 뿐이다. ...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66-67%)

 

뒤에 딸린  <작품해설>에 좋은 말이 짱 많았다.❤

🤍 가난이야 동정과 연대감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한 개인이 겪는 차마 고백할 수 없는 이별과 외로움은 그야말로 무익한 수난이다. 

🤍 세련된 중산층 지식인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편과 시부모의 친절과 예의범절이 중산층의 위선과 가식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부차적으로 깨닫게 된다. 

🤍 그 몇 장의 사진첩을 넘기다보면 아무리 파란만장한 삶이라도 결국 돌 사진과 영정 사진 사이에 낀 몇 갈피의 추억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 <단순한 열정> <탐닉> <집착>은 한 인간의 정체성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보여준다. 힘겹게 성취한 지성인의 지위와 자존이 무너져 결국 인간의 원초적 형질, 잔해만 남는 과정을 가혹하게 진술한다는 점에서 이 연작은 독자를 열광시키며 동시에 불편하게 만든다. 

🤍 말과 글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소외와 상처를 표현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